봄이란 최수경

봄이란 최수경
봄이란 최수경


봄이란 최수경

당신 어깨에 살폿한 햇살과

귓볼에 스치는 따스한 바람

지평선 멀리 펼쳐진 묵정밭에

바람결인지 꽃다지 풀꽃 춤인지

햇살에 어지러운 아지랑이 오르고

겨울잠 깨어난 도랑물 소리에

마중나온 갯버들 강아지

저마다 꼬리를 치며 놀자는데

이맘 때면

어머니는 뒷뜰 장독대 항아리를 닦고

아버지는 소를 몰아

재너머 서래 긴 밭을 갈고 있었지

진달래 곱게 핀 한낮이면

꾀꼬리 한쌍 피리를 불며

푸른 보리밭 가로질러 날아가고

누이 소쿠리에 가득했던

어느 봄날은 그렇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