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단상 최수경
게을러진 때문인가
봄비 새벽으로 오시는 소리
잠결로도 듣지 못하고
소쿠리 머리이고 호미 손에 들고
봄나물 캐러가는 언제적
누이 꿈을 꾸었네
비에 흠씬 젖은 나무는
가지마다 꼬물대는 몽우리에
아기 젖물린 가슴마냥 물방울이 맺고
안개에 싸인 산은 봄맞이 한창이라
산기슭 밭둑길 돋아난 쑥향기에
온갖 풀들이 앞다퉈 봄을 서두르고
살이오른 백목련 몽우리 하얀 살갗이
뽀얀 새색시 수줍은 얼굴 같아라
좋아라 봄이라 좋아라
흙냄새 풀꽃 향기가 그저 좋아라
아직도 나는 연두빛 봄이 그저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