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 시인 도종환의 “바람이고 싶었다”
바람에 대한 갈망: 말뚝으로 묶인 말의 비유
시인 도종환의 “바람이고 싶었다”는 시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 강렬한 갈망을 표현합니다. 시인은 자신을 발목에 밧줄로 묶인 말뚝에 비유하여, 외부의 제약과 책임에 속박되어 자유롭게 뛸 수 없는 고통을 표현합니다. 그는 풀이 죽어 돌아오는 말처럼, 수시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현실의 굴레에 묶여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과 의무의 짐: 말처럼 변해가는 자아
나이가 들면서 시인의 짐은 더 무거워집니다. 아버지의 담석증과 어머니의 막일은 그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상징합니다. 허리에 길마가 놓이고 입에 재갈이 물려지는 것은 사회적 규제와 기대의 압박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점차 짐을 끄는 말처럼 변해가며, 목축의 날들을 벗어나고자 뛰어나가지만 사나운 짐승으로 여겨집니다.
늦게 찾아온 자유: 늙음 속의 선물
나이가 더 들어 몸 여기저기가 병들면서 시인은 비로소 길들이던 입맛의 굴레에서 벗어납니다. 이때 그는 바람을 선물로 받습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늙음의 대가였고, 어린 시절 꿈꾸던 신선한 시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발걸음은 탄력을 잃었고, 그는 시선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잔인한 자유: 고독과 회오리
늦게 찾아온 자유는 잔인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시인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고독에 둘러싸이고, 마음의 기슭을 긁어대던 회오리는 생의 골짜기와 벼랑을 지나 잔잔한 일상의 평지에 이르러도 바람의 형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잔인한 자유는 한편으로는 해방감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허감과 외로움을 안겨줍니다.
자유의 향기: 늦었지만 소중한 선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늦게 얻은 이 바람이 얼마나 고마운지 압니다. 그는 이 여윈 바람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여백을 만나며 나아갈 것입니다. 자유, 그 맛과 향기를 맛본 사람만이 그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은 잔인하더라도 이 자유가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