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안귀숙

바람의 흔적 안귀숙
바람의 흔적 안귀숙


바람의 흔적 안귀숙

텅 빈 가슴

향기롭게 가득 차고

무아지경이 되어 아찔하다

푸른 산자락에 나의 옷깃

향기로운 바람결

바람이 달려가니

더욱 깊어지는 호흡

산은 늘 말이 없어도

노래와 향기를 주고

마음도 놓고 흐르다가 감돌고

감돌다가 흐르는 바람처럼

일상이 그렇게 흘러간다

피어나는 때를 아는 꽃처럼

지는 때를 아는 꽃처럼

영겁을 노래하는 꽃처럼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채

본능적으로 번식하더라

우쭐대지 않고 겸손하며

온 누리에 씨를 내려

기쁨도 주고 그 공간에

심성을 가지런히 추스르고

마음껏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