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대한 대접
우전왕의 왕비는 5백 벌의 가사를 아난존자에게 보시했습니다. 왕이 아난존자에게 물었습니다.
“이 많은 옷을 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여러 스님들께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그러면 스님들이 입던 헌 옷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스님들의 헌 옷으로는 이불 덮개를 만들겠습니다.”
“그러면 헌 이불 덮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헌 이불 덮개는 베갯잇을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왕의 질문은 계속 되었지만 존자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습니다.
“헌 베갯잇으로는 방석을 만들고, 헌 방석은 발수건으로, 헌 발수건으로는 걸레를 만들고, 헌 걸레는 잘게 썰어 진흙과 섞어 벽을 바르는데 쓰겠습니다.”
물건의 수명도 인간의 수명만큼 소중합니다. 그 수명을 늘려 쓰는 일은 물건에 대한 최소한의 대접일 것입니다.
-박경준(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