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경을 긁다 한유경
오늘도 박박 문지른다
내 얼굴인가 너의 얼굴인가
더러운 얼굴 들이대고는
맑은 얼굴 내놓으라 우기네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곤
따뜻하게 보듬어 달란다
어쩌라고
내가 너이고 네가 나 인 것을
가면을 쓰고 바라 보아도
희한하게 넌 내 모습을 알아보더라
아는 척도 모르는 척도 아니하면서
쉼 없이 지껄이는 소리 마다하지 않고
면경을 닦듯
물칠을 하고 분탕질을 하고
나 이쁘냐고 물어본다
빤히 쳐다본다 가여운 눈으로
멍 때리며 바라보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힘없이 고개 떨구며
너도 나도 외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