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게 듣는 잠언 이기택
창밖 노랗게 물든 은행잎
몇 장의 엽서를 쓰려 애쓰다가
빈 행간인 채로 구겨져
하나 둘 떨어진다
바람이 불어 담장 밑에 쌓인 낙엽
시든 기억이 궁색해
첫서리가 염려스러운 국화를 붙잡고
서러운 몸짓으로 서걱거렸다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봉인된
힘들었던 시간들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바스락거리는 시간으로 남았다
행복했던 추억들이
나만의 착각으로 버둥거리며
널 힘들게 하진 않았는지
당연하듯 기댔던 편린의 마음이
헤아리지 못한
너의 숱한 불면 앞에 선다
정처 없는 발걸음에 밟힌
이기적인 바람들이 처참히 부서져
흔적을 지우면
그 뒤에 남은 쓰라린 적요
인내해야 할 날들이 저만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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