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앞에 홀로 조문하다 김현희

나의 사랑 앞에 홀로 조문하다 김현희
나의 사랑 앞에 홀로 조문하다 김현희


나의 사랑 앞에 홀로 조문하다 김현희

어제까지 파랗던 나의 사랑이

채 꽃망울 맺히기도 전

오늘 참혹하게 죽었습니다

장엄하게 전사한 사랑 앞에

진중한 묵념을 드리는바

조문객은 받지 않겠습니다

나는 나의 사랑에 총구를

겨누지 않았지만 검은 장미는

피어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후미진 뒷골목에서 해야겠습니다

눈물 한 방울

후미진 뒷골목 주인 없는

어느 담벼락에 걸어놓고

나는 내 할 바를 다했다며

사랑에게 이별 의식을 치러야겠습니다

내 사랑이여

안녕

죽어 사라진 사랑이

밤하늘의 별로 환생하여

유난히 빛난다면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흑장미 꽃말: 당신은 나의 것. 증오, 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