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사랑 앞에 홀로 조문하다 김현희
어제까지 파랗던 나의 사랑이
채 꽃망울 맺히기도 전
오늘 참혹하게 죽었습니다
장엄하게 전사한 사랑 앞에
진중한 묵념을 드리는바
조문객은 받지 않겠습니다
나는 나의 사랑에 총구를
겨누지 않았지만 검은 장미는
피어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후미진 뒷골목에서 해야겠습니다
눈물 한 방울
후미진 뒷골목 주인 없는
어느 담벼락에 걸어놓고
나는 내 할 바를 다했다며
사랑에게 이별 의식을 치러야겠습니다
내 사랑이여
안녕
죽어 사라진 사랑이
밤하늘의 별로 환생하여
유난히 빛난다면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흑장미 꽃말: 당신은 나의 것. 증오, 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