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여 보라 오든
나그네여, 보라, 이 섬을
뛰노는 광선에 비쳐 그대를 즐겁게 하는
여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서 있어 봐라.
귓속 수로(水路)를 따라
출렁대는 바닷소리가
강물처럼 흘러들어오리라.
이 곳 작은 벌판 끝머리에 잠시 머물러라.
백악(白惡)의 층벽을 내리질러 파도가 부서지고,
치솟는 암벽이 밀치고 닥치는
조수에 항거하는 이 곳,
빨아들이는 파도를 따라
조약돌이 서로 뒤를 쫓고, 갈매기는
잠시 깎을 듯한 물결 위에 날개를 쉰다.
아득한 저 편에 몇 척의 배가 물 위에 떠도는 씨앗처럼.
저마다 바쁜 일로 흩어져간다.
이제 이 전경이
틀림없이 그대의 기억 속에 들어가
거기 생동하리라, 마치
거울 같은 항만을 흘러
온 여름 동안 바다 위를 산책하는 구름장과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