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꽃에 숨겨진 사랑 이진섭

꽈리 꽃에 숨겨진 사랑 이진섭
꽈리 꽃에 숨겨진 사랑 이진섭


꽈리 꽃에 숨겨진 사랑 이진섭

상현의 달 아래 꽃 피는 봄이 되니

기억 속의 내가 지워지고

하현의 달 위에 꽃 지는 겨울 되니

추억 속의 네가 여미운다.

부러질 듯 가는 실 바늘

콕 찌르고 탈탈 털어내어

꽃 주머니 텅 비운 채로,

헤진 무명실 촘촘히 꿰어가며

한 땀 두 땀 구부러진 버선코 잇기에,

구슬땀 흠뻑 젖어 달려오던

아련의 그림자조차 몰래 잡아보련만

날선 칼날로 베어진 조각은

뼛속 가득 선명히 주름 잡혔다.

한낱 초췌한 가치로 보일까!

향기 가득 희미한 들풀의 구애는

날 애타게 붙잡으며 놓아주지 않아도

찬 서릿발 붉은 치맛자락만 까맣게 속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