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흘러나갈지라도 이용철
시간이 흘러나가는 한 남자
하얗게 마르기 전에 길을 나섰습니다
꼭 만나야 할 여인이 있었습니다
시골 마을에서 빈 집을 지키는
낡은 수첩에 적힌 주소를 따라
시골 버스는 먼지를 날렸습니다
마을 입구엔 감이 얼굴을 붉혔고
담장엔 호박이 누렇게 앉았습니다
골목길 낮은 대문 따라 기웃거리며
마을을 한 바퀴 둘렀습니다만
당산나무 아래 평상에 앉은 여인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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