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흘러나갈지라도 이용철

기억 흘러나갈지라도 이용철
기억 흘러나갈지라도 이용철


기억 흘러나갈지라도 이용철

시간이 흘러나가는 한 남자

하얗게 마르기 전에 길을 나섰습니다

꼭 만나야 할 여인이 있었습니다

시골 마을에서 빈 집을 지키는

낡은 수첩에 적힌 주소를 따라

시골 버스는 먼지를 날렸습니다

마을 입구엔 감이 얼굴을 붉혔고

담장엔 호박이 누렇게 앉았습니다

골목길 낮은 대문 따라 기웃거리며

마을을 한 바퀴 둘렀습니다만

당산나무 아래 평상에 앉은 여인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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