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헌산 아랫마을 서숙지

고헌산 아랫마을 서숙지
고헌산 아랫마을 서숙지


고헌산 아랫마을 서숙지

영남알프스 9봉 중 하나라는

고헌산이 그림처럼 병풍을 쳤다

수려하게 빚어 내린 등줄기가

건장한 남자의 뒷태를 닮았다

산꿩이 놀다 가고

뻐꾹새가 멋대로 목청을 돋워도

사방은 묵묵부답

오로지 녹음만이 계절을 알려준다

이른 아침

능선을 따라 피어나는 운무

서서히 유영하듯

산허리를 휘감는데

웃자란 풀더미 속에서

설핏 그 음성 들리는 듯

내 허리를 감싸안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여름의 깊이를

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