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서운산 김경림
하얀 눈길을 지나면
청룡사가 저수지를 끼고
앉아 있다
오가는 나그네
빈손으로 보내지 않고
점심 공양을 해주시니
철없이 맛있게 먹었네
싸락눈 내리고 코가 빨개지면
시린 마음 주머니에 넣고
목도리로 징징 동여맨다
인연이 한 번뿐이라 했던가
길고 긴 싸움 징하게 인연
줄에 매달려 있으니
사는데 고달파라
고시 공부 시험공부
조용한 산사로 찾아들지만
늘어나는 건 공양 초
날 잡아 서울서 음식 싸 들고 오면
미안함과 사랑이 뒤섞여
이젠 어디로 가는지ᆢ
목마름에 싸락눈
손에 묻혀 먹어보니
더는 고시 공부 못하겠다
산을 내려가네
서운산 정기와 청룡사 불심이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어디서 온 인연이여
끝내지 못하고
골방에 돌아누워 부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