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뒤에 숨은 가을 이진섭

겨울 뒤에 숨은 가을 이진섭
겨울 뒤에 숨은 가을 이진섭


겨울 뒤에 숨은 가을 이진섭

구름도 떠나가 버린

이슬비 젖은 아침에

안녕이란 귀엣말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증표였다.

미련 없는 나뭇잎 하나쯤

대답 없이 사라지는 가을속에 묻고

짧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다시금 아련해지던 겨울이 찾아와도,

모질게 괴롭히는 상념마저

뇌리를 스치며 날아가야

눈부신 햇살을 마주할 수 있듯

볼살에 부딪치는 찬바람만 거세지는데,

얼어붙을라 강둑에 매달린 채

미련과 애달픔조차 바람에 날려보내는

흔들흔들 갈바람 맞던 얼굴은

아직도 책머리 애련에 탄식하며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