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목 최수경
연분홍 꽃바람 엊그제 불더니
꽃내음 자취는 찾을 길 없고
울긋불긋 산바람 불어 내리니
저무는 노을 빛 낯이설구나
짧아진 산 그림자 시간을 재촉하고
나무는 하나씩 옷을 벗으며
모진 엄동을 채비하는데
어여 우리의 가슴에도 불을 지펴
긴 침묵의 엄동을 맞이하자
붉은단풍 산을 내리 달리고
마른 풀잎에 서리꽃 하얗게 내리니
저마다 가슴은 가을향기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