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은 본래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거울은 본래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거울의 본질
거울은 흔히 우리가 물체를 비추어 보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어떤 물체가 거울 앞에 나타나야만 그 물체의 영상을 비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울 자체에는 본래 아무런 실체가 없습니다.
거울에 물체가 비춰진다고 해서, 거울 자체에서 그 물체가 실제로 생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거울이 물체의 빛을 반사하여 영상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물체가 거울 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거울 자체에서 그 물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물체가 거울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뿐입니다.
거울과 인간의 마음
서옹 스님은 인간의 마음을 거울에 비유했습니다. 거울이 어떤 물체도 비출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도 어떤 선악이나 사고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울 자체가 비친 물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도 선악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본래 선악을 초월한 존재로, 선으로 더욱 선해지거나 악으로 더욱 악해질 수 없습니다. 마치 거울에 비치는 영상이 거울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 속에 비치는 사고와 감정도 마음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서옹 스님은 인간의 마음을 “무일물(無一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마음이 본래 아무런 실체나 속성이 없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마음은 단지 사고와 감정을 비추는 거울과 같을 뿐,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정체성도 없습니다.
무일물의 마음
무일물의 마음이란 모든 집착과 분별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마음에 어떤 물체나 사고가 비쳐지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입니다. 마치 거울이 물체를 비추면서도 그 물체에 얽매이지 않는 것처럼, 무일물의 마음은 사고와 감정을 비추면서도 그것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무일물의 마음에 이르면, 인간은 모든 번뇌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번뇌와 고통은 마음이 사고와 감정에 집착하는 것에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무일물의 마음은 집착의 뿌리를 끊어내어 진정한 자유와 평안을 가져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