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안귀숙
살며시 실바람으로 다가와
흔들리는 꽃잎에 나비는 날아
몸부림치며 다가온다
불게 타오른 노을이 지면
뜨락에 내리는 잔잔한 어스름
용광로의 불길처럼 타오르다가
그 불빛 스러지고 나면
사랑은 어차피
은은한 달빛 같은 것
귀뚜라미 울어 오늘 밤에도
둘이서 창가에 기대 어서 면
지나간 날 들의 먼 기억들
가슴에 고이는 애절한 한 방울
커피색으로 살포시
잊힌 이름을 물고
찻잔 속으로 하늘은 기울어
잠깁니다
사랑받던 기억보다
사랑했던 기억이 더욱
아름다웠기에
낙엽 지는 창가 계절에 걸린
그 얼굴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사랑하는 사람
살가운 바람 그 품으로
텅 빈 가슴 채워가는 이름들
아직 못다 한 말 그윽하게
던져준 눈길로
붉게 타 오른 계절을 넘으며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