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박현미
가을이라는 첫 단계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산 너머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는 계절 가을이다
탁탁한 공기는 어느새 자리 남기고
화려한 바람이 그 자리 메우는 건
구름이 떠나는 것처럼,
낙엽이 지는 것처럼 ,
살포시 흐른 샘물처럼
어둠 깨치고 밀려온 한 마리 새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처럼
바람은 점점 멀어져 가듯
음향의 소리도 없이 우리의
인적도 멀어져 가는 건
가을 가을 때문이리라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은 건
향기로운 꽃 냄새를 지니고 싶은 건
하얀 바람 모라 치듯 흔들리는 건
갈대의 몸부림처럼
나의 마음마저 슬퍼지는 건
가을 가을 때문이리라
차곡히 내리는 빗물처럼
푸른 강물이 흐릴 때
하얀 물보라 넘칠 때
비로소 나는 가을을 달리는
바람이 되었다
꿈속의 이야기 현실을
떠난 빛에 고개를 넘으려 할 때
바람에 불붙는 것처럼
꽃피는 꿈길이 달아날 때
비로소 나는 가을을 알리는
별 밤이 되었다
가슴 여미는 이 외로움이나
하늘빛을 좋아하던 투명한 아침
빛으로 새로이 태어나고
내내 슬퍼지는 자신이 부끄러워
햇살에 씻어 깨끗한 마음으로
나 이제 가을 앞에 서리라.